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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쿠로사와 집안은 묘하게 소란스럽다. 즐거운 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그렇지만, 가끔 들려오는『요하네야!』라는 소리가 일본 가옥을 울려선지 저쪽 방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저 아이들은 공부회를 위해 모였을 터. 저렇게 달아오를 상황이 상상되질 않는다.

 지금, 루비의 방에는 하나마루와 요시코가 놀러왔다. 정확히는 공부회지만, 가끔씩 상황을 보러 갈 때마다 늘어진 모습으로 "지금은 휴식 중 이니까"라고 말하는 걸 보니, 사실상 휴식회――즉 단순한 숙박회라고 멋대로 판단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전부터 루비, 하나마루 두 사람은 집에서 공부회 겸 숙박을 자주 했었다. 그 때는 성실하게 공부를 하고, 때론 모르는 문제를 들고와 물어보며, 제대로 건전한 시간때에 잠들었다. 차이점이 뭐냐고 하면 자칭 타천사 요시코의 존재임이 틀림없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문제아. 물론, 표면적인 그녀만을 보고 문제아라고 단정하는 건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며, 과거의 자신또한 그렇게 판단 했다는 것을 크게 반성중이다. 하지만 문제아인 것에는 변함없고, 실성적은 저공 비행중이다. 언제 추락해 버릴지, 보고있는 이쪽이 조마조마 할 정도.

 그렇지만, 나쁜아이는 아니다.

 처음엔 루비에게 이상한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무슨 이유가 있어 타천사를 자칭하는진 모르겠지만 본인 가라사대 임시적 이름, 본명의 "善" 이라는 글자 그대로 나쁜 아이는 아니다. 부모님의 양육이 좋은 건지 본질이 그런진 모르겠지만, 오히려 걱정이 너무 많아 되려 고생길을 걷는 모습을 보기 쉽다. 아마, 요시코가 말하는 불행 체질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쉽게 추측이 간다.

 결국 이유 모를 타천사 설정을 위해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과, 성적이 나쁜 것이 겹쳐져 교사진 사이에서 평판이 나빠, 문제아 딱지가 붙기 쉬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성적이 좋으면 문제아 취급은 안 당할텐데, 정작 본인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순수 머리 자체는 또 나쁘지 않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장난에 관해서는 천제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자세히는 적지 않겠지만, 전에 장난을 쳤을 땐 "쿠로사와 다이아, 리틀데몬 설" 이란 것이 학교 안에서 꽤나 사실처럼 소문이 났었다. 물론 다이아도 그냥 당하진 않았고 그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건 제쳐두자

 모처럼 공부회라고 해도 집중을 못하면 의미가 없다. 차라리 요시코만 쿠로사와 집안에 계속 머물게 해서 단기 집중 훈련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왕이면 카난, 치카 두명도 참가시키고 싶지만, 셋이 모이면 문수(文殊)의 지혜가 아닌 잔머리를 굴려 공부에서 탈출하려고 할게 틀림없다.

 다이아가 진을 빼며 고민하던 순간, 미닫이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아ー, 실례해도 괜찮을까?」
「에, 네」

 분명 미닫이 문을 두드려도 괜찮은 건지 고민한 끝에 말을 걸기로 결심하여 조심스레 목소리를 낸 주인공은, 지금 그야말로 골머리를 앓게한 요시코였다. 머리속에 차있던 인물의 목소리에, 다이아는 놀라 아무 생각없이 대답을 해버린다.

 쓱하며 미닫이 문이 열리고, 머뭇머뭇 요시코가 얼굴을 비쳤다.

「목욕탕, 비었으니까. 들어가」
「아 예, 고맙습니다……루비도 참 손님한테 이런 심부름을 시키다니」

 오늘은 손님이므로 하나마루, 요시코 겸사 루비가 먼저 목욕을 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셋이 함께 들어간 모양인지 욕실에서는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 셋이 모이면 소란스럽다 라는 건, 바로 그런 걸 뜻하는 건가 보다

 하지만 루비는 뭘 하는 거지. 손님을 전갈로 보내다니, 쿠로사와 집안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만, 다이아의 입에서 비난의 말이 새어나갔다

 혼자 중얼거린 불평은 요시코에게 들린 것인지, 황급하게 고개를 흔들며 부정한다

「아니야.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대신 온 거야」
「……네?」

 아무래도 다이아의 방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던 요시코는 마침 딱 루비에게 전갈 역을 받았다는 것. 그래서인지, 요시코의 시선은 휙휙움직이며 가만있질 않는다. 그렇게 봐도 재밌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문득, 다이아의 시선이 요시코의 머리로 향한다.

「요시코 씨, 이쪽으로 와보세요. 머리가 아직 다 안 말랐네」

 실수로 여동생에게 말하듯 말이 나온 건, 역시 요시코가 덜렁이 처럼 보여 걱정되서 일까. 분명 지금도, 궁금증에 사로잡혀 머리를 말리는 걸 대충대충 넘기고 방까지 빠르게 온 게 틀림없다.

 다이아는 요시코를 앉히고, 뒤에서 수건으로 부드럽게 물기를 닦아간다. 아무래도 요시코는 진정이 안 되는지, 안절부절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이 다이아가 보기엔 조금 이상해보여서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이, 이제 됐으니까!」
「안 돼, 제대로 말려야지. 모처럼 이렇게 예쁜 머린데」

 일어나 도망가려는 요시코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 분명 돌아가게 둬도 루비의 방에서 말리겠지만, 이렇게 둘이서 이야기 할 기회도 드문데 이왕이면 좀 느긋히 있다 가는 것도 좋지 아나한가. 준비하고 있던 드라이어와 빗을 과시하며 의사를 표현하자, 요시코는 체념한 듯 어깨를 움츠렸다.

 대화라고 해도 딱히 생각나는 공통 화제가 없어, 오늘은 즐거웠는지, 공부는 잘 됐는지, 같은 시답지 않은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요시코도 점점 긴장이 풀려가는지 형식적인 대답은 점점 줄어들며, 농담과 함께, 잘 모르는 단어를 섞어거며 꽤 즐거운 수다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 빗질을 통해 찰랑찰랑해진 머리는 역시 루비와 촉감이 전혀 다르다, 마치 실크처럼 같은 직모인 나와도 다른 부드러움에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게 다이아는 잠시동안 요시코의 머리를 만지며 놀았다.

「예, 끝」

 그렇게 말하며 요시코의 등을 팡하고 두드린다. 이것도 여동생에게 하는 버릇 같은 것이다. 이걸로 끝, 이라는 신호지만 평소랑 달리 묘한 서운함이 느껴지는 건 요시코와 좀 더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남있기 때문이 분명하다.

 요시코는 다닷하고 문 안쪽까지 뛰쳐가, 반쯤만 문을 닫고 일부러 얼굴을 살짝 내비친다.

「고마워, 다이아 선배. 잘자!」

 기세좋게 팟하고 닫히는 미닫이문 너머에서, 경쾌한 발걸음이 멀어져 간다. 갑자기 와서 분주하게 떠나는 모습의 요시코 다움이, 어째선지 흐뭇하게 느껴졌다.

 

 

아직 달빛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간대, 섬뜩한 소리에 다이아는 눈을 떴다. 끼익끼익, 삐걱삐걱하고 비명 같이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가, 복도 쪽에서 단속적으로 들린다. 누군가가 복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간대라면 쿠로사와 집안 사람은 모두 잠들어 조용해질 무렵이고, 하나마루 역시 규칙적인 시간에 잠을 잔다고 알고 있다. 전부 빠짐없이 잠버릇이 좋아, 밤에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단 건 밤샘 습관이 있는 요시코가 화장실이라도 가는 것일까

(……덕분에 잠이 깨 버렸네요)

 달이 예뻐 창문을 보기 위해 복도쪽에서 등을 돌린다. 이불을 머리까지 올리고, 눈을 감고, 귀를 막고는 다시 잠을 잘 태세를 했다. 한 밤중의 소리라니 어렸을 때라면 무서워했겠지만, 과연 듣기도 자주 들었고 원인도 유령이 아닐게 분명하다. 상대의 얼굴을 모르는 건 약간 신경쓰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렇게 자기자신을 타이르며, 다이아는 묵묵히 양을 센다.

 자기 위해 가만히 있은지, 얼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적어도 아직 조금도 잠이 안 오는 걸 봐 오래 지난 건 아닐 것이고, 발소리가 난 후로부터는 귀를 막은 탓인지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다이아는 방의 이변을 눈치채지 못했다.

 끼익, 하고 바닥이 삐걱거린다. 복도가 아닌,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거리――방에 누군가 있다. 약하긴 하지만 냉방도 하고 있는데, 이미 부근에 땀이 맺힌다. 뭔가가 다이아가 자고 있는 이불을 향해, 느릿한 발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서워서 돌아보진 못하지만, 오감을 스스로 봉쇄한 지금의 다이아는 특히 더 예민해졌을지도 모른다. 분명하게 기척이 감지된다.

 지금, 바로 뒤에 누군가 서있다.

 무서워서 눈꺼풀을 꽉 닫고, 귀를 밀폐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심장 소리는 시끄럽게 떠들며, 마치 내 위치를 밀고 하듯 날뛰고 있다. 뭔가와 자신 사이에 있는 건 단 한장의 이불 뿐. 얇은 천 너머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가만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상상의 시선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오싹해졌다.

(아무나, 누구라도 좋으니까 도와줘!)

 하지만 무언의 외침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고, 야박하게 이불은 천천히 넘겨져간다. 열린 틈 사이로 바람과 함께 뭔가가 들어온다, 다이아의 바로 뒤로 다가온다. 묘하게 미지근한 온도를 다시 느끼며 다이아는 귀에서 손을 뗀다, 빈 양 손으로 입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며 비명을 지를 것 같았다.

 등에서 복부까지 뱀 같은 것이 올라와, 구속하듯 조이며, 뒤에있는 뭔가가 딱하고 붙어온다. 이제 도망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다이아는 울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마음속으로 가족에게 지금까지의 감사와 먼저 가는 것에 대한 사죄를 빌었다.

(아버님, 어머님.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먼저가는 불효자인 딸을 용서해 주세요. 루비, 항상 어린 그대로인 당신이 걱정이에요. 훌륭하게 커서 행복해야 해)

 은근히 눈가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간다. 이렇게 갑자기 인생이 끝날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오랜 치정싸움 끝에 겨우 화해한 바보 같은 두 친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야 궤도에 올라온 Aqours의 활동. 지금까지 걸어온 쿠로사와 다이아 인생에서 추억으로 남았던 것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사라져 간다.

「――다이아 선배」

 아아, 맞아. 오늘 모처럼 요시코 씨랑 사이가 좋아졌었는데. 문득 떠오른 시건방진 후배의 목소리가 다이아의 미련을 불러 일으킨다.
 그동안도 여동생의 친구니까 친해질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운이 안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불행을 자처하던 요시코 쪽에서 다가와준 것은 다이아에게 있어 천금 같은 행운이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사이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그런 확신이 가슴을 뛰게 했었는데

「흠냐, 다이아 선~배」
「아아, 또……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응?」

 너무 생생한 환청에 무심코 일어나, 이불을 넘긴다. 그곳에는 다이아에게 딱 붙어 좋은 표정으로 푹 잠든 요시코가 있었다.

 다이아는 한숨을 내쉬곤, 사건의 진상을 깨달았다.

 역시 복도를 걷던 발소리는 요시코의 것이고, 화장실에 갔다 오는 길에 잠이 덜 깬 나머지 방을 착각했다. 그대로 눈치채지 못하고 이불에 들어온 요시코는 다이아의 몸에 팔을 감고, 그대로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정말이지 남의 속도 모르고,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 있네요)

 요시코는 상쾌할 정도로 푹 잠들어 있었다. 억지로 깨워서 불평을 늘어놓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나 천진난만하게 자는 얼굴을 보여주니, 방금 전 폭발 직전까지 차올랐던 분노가 구멍이 뚫린 풍선마냥 추욱 시들어 버린다. 분명 손이 많이 가는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다이아는 무심코 미소가 지어졌다.

「이러게나 "언니"를 놀라게 하다니, 나쁜 아이네요」

 손가락으로 요시코의 미간을 꾸욱 누르자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한 얼굴이 되지만, 몸을 둘러싼 팔은 그대로 굳건이 다이아를 잡고 떠나갈 기색이 없었다. 평소엔 고집을 부리며 고고한 존재인 척 뽐내는 주제 잠결에 응석부리는 모습이 딱 나이에 맞게 소녀스럽다.

 부드러운 볼과 귓볼을 복수로 가지고 놀다보니 문득 굉장한 졸음이 엄습했다. 안심한 탓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평소라면 푹 자고 있을 시간이다. 손발이 점점 무거워지며, 눈꺼풀이 내려간다.

(안녕히 주무세요, 요시코 씨)

 여동생에게 그러듯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하며, 요시코를 안고서 수마에 몸을 맡긴다.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온 수마는 아주 사랑스럽고 딱 어울리는 따스함에, 안는 기분또한 최고였다.

 

 

아침, 파팟하고 미닫이 문이 닫히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커튼을 활짝 열어 놓은 탓인지 햇빛이 직접 들어와, 눈이 부셔 손으로 햇빛을 막아본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일어난 것 같아, 볕의 위치가 높다. 상당히 푹 잠들었던 모양이다.

 시선을 옆으로 돌려보니, 한 사람 분의 여유가 이불에서 빠져나가 있다. 손을 올려다보니 아직 조금 따듯해, 어젯밤 일이 꿈이 아니란 것이 밝혀졌다. 방금 들린 소리는, 요시코가 나간 소리임이 틀림없다.

 아무 말 없이 본래의 방으로 돌아갔다는 건 다이아를 깨우지 않고 몰래 나간 것인지. 그게 아니면 자신이 도대체 왜 친구의 언니와 같은 이불에 들어가 있는지가, 기억에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어젯밤 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을테니, 적잖케 당황했을 터, 당황해 하는 요시코의 모습을 상상하니 조금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뭐, 저를 놀라게 한 벌 입니다)

 준비를 하고 거실로 나가자 이미 어머니가 아침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루비네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으로, 다이아는 어머니를 거들기로 했다. 라곤 해도 아채를 자르는 정도 밖에는 할 수 없지만, 평소보다 인수가 많으니 일손이 있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고 있는 동안 루비와 하나마루, 요시코가 일어나 나왔다. 어제는 신나게 놀아서, 꽤나 지친건지. 평소라면 아침에도 의식이 뚜렷한 하나마루조차 졸린 듯 눈을 비비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하품을 하고 있는 요시코의 모습에 눈이 향한다. 시간적으론 다이아보다 먼저 일어났을 텐데, 마치 막 일어난 사람 같은 행동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자, 요시코와 시선이 맞았다.

 어젯밤 일도 있고 해서, 다이아는 부끄러움의 뺨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뭐가 어찌됐든 다른 누군가와 같은 이불에서 자는 건 루비를 제외하고 어린 시절의 카난, 마리 이후로 처음이다. 특히, 여동생의 친구를 끌어 안고 잠들었다는 사실이 세삼 이제와서 창피해졌다.

 하지만 요시코는, 마치 전혀 신경쓰지 않는단 듯이 말을 걸어 온다.

「좋은 아침, 다이아 선배」
「……예, 안녕히 주무셨나요」

 그대로 옆을 빠져나와 접시 옮기는 걸 돕겠다고 어머니께 말을 건네는 요시코에게, 다이아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 나는 부끄러워 하는데 밤에 덮쳐온 요시코 쪽은 태연한 것일까, 석연치 않은 마음을 안고서 다이아는 식탁에 앉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손님들이 신경쓰지 않게 식사시간을 미룬 듯, 이 자리에 없었다.

 셋이 오늘의 예정을 말하는 동안 다이아는 묵묵히 젓가락을 입으로 옮기면서도, 선배를 놀라게 하는, 치욕을 안겨준, 새침한 얼굴의 이 건방진 후배를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하나마루 씨, 요시코 씨. 어제는 잘 주무셨나요?」

 비록 요시코가 평정을 유지하려 하고 있어도 이 질문을 무시하지 못 할 거라고 다이아는 내심 고소해한다. 만약 어제의 사건이 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 해도, 아침에 다이아를 끌어 안고 자던 건 기억 날 터. 그렇게나 푹 잤으니 부정하면 거짓말을 하게 될 것이고, 긍정을 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부끄러워 할 것이다.

 요시코가 부끄러워하며 난처해 할 얼굴을 다이아 이제나저제나 기다린다. 하지만 기대하던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우선 하나마루가 힘차게「잘 잤어요!」라고 솔직한 미소로 대답하는 것과 비교해

「그럭저럭 잤어」

 라며, 발칙하게도 요시코는 아무런 동요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미묘한 대답까지 했다. 남의 집에 신세를 졌으면 빈 말이라도「잘 잤다」라고 말하는 게 바람직한데, 뭐 그건 어쨌든 다이아는 자신을 끌어 안고 잠든 주제 "그럭저럭"이라는 애매한 평가를 내린 것에 분개하고 있었다.

(사람을 멋대로 다키마쿠라로 삼아 놓고, 이름을 부르고 빰을 비비며,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주제, "그럭저럭" 이라고요?)

 수중에 젓가락이 그긋하는 소리를 내며 삐걱인다. 겉으로도 미소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평온을 유지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이아의 존엄은 손상당하고 말았다.

「그런가요」

 그것은 좀 언짢은 듯, 될 대로 되라는 말투로 뱉었다. 조금이라도 요시코에게 불만이 전해지길 바라며, 멀리 돌아 질문하길 그만두고 감정을 방류했다.

 하지만 눈치없는 누구 씨보다 빠르게, 다이아의 불만을 헤아린 하나마루가 재빠르게 요시코의 정수리에 춉을 날렸다. 아무래도 요시코의 불손한 태도를 지적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게 아니다. 결국 다이아가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어제는 응석을 부렸으면서 순식간에 귀여운 구석이 하나도 없는 태도를 취하는, 고양이 처럼 변덕스러운 후배에게 불평을 하고 싶을 뿐이다.

 도대체 뭘하는 걸까 하며 자신의 아이같은 태도에 기가 막혔다. 이래서야 좋아하는 아이에게 관심을 끌려고 괴롭히는 어린애랑 다를 게 없지않은가.

 다이아는 의기소침 해져, 무르익어가는 세 사람과는 대조적으로 울적한 기분으로 밥을 입에 향했다. 낫토의 냄새가 평소보다 강한 것은 자신이 내뿜는 침울한 공기가 발효를 빠르게 진행시켜서가 아닐까. 하는 그런 시시한 농담을 떠올리며 다이아는 자조적인 마른 웃음을 짓는다.

「잘 먹었습니다」

 전원이 다 먹은 것을 가늠하고, 구호와 함께 다 같이 손뼉을 맞춘다. 식사중 때의 부산함과 어울려 마치 초등학교 급식시간을 방불케 했다. 항상 시끌시끌 한 건 싫증이 나겠지만 가끔은 소란스런운 건 나쁘지 않다고, 배가 가득찬 것과는 별개의 만족감을 느꼈다.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까, 식기만 닦고 들어가세요」

 손님이라고 해도 친구인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반대로 미안해 할 수도 있으니 약간의 도움을 부탁한다. 신경쓰지 않게 하려는 배려를 짐작한 건지 세 명 모두 순순히 따른다. 마치 여동생이 셋으로 늘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울적했던 기분이 좀 피어나는 것 같다.

 루비와 하나마루는 식기를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요시코 만이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쓱 보니, 아직 책상위에 마시다 만 컵이 남아았었다.

「약간 과식한 것 같아서, 조금만 쉬고 돌아갈게」

 요시코가 손을 흔들면 먼저가라고 넌지시 얘기하자, 하나마루는 불만있는 표정을 지으며 먹는 양이 너무 적다고 투덜댄다. 확실히 요시코는 과식이라고 하기엔 딱히 젓가락을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이아도 적게 먹는다고 자주 두 친구에게 지적 받지만, 요시코와의 공통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가슴도 얇다. 한편 더 먹으라던 두 사람과 하나마루는, 쓸데없이 발육이 좋다.

 샘이나는 마음이 얼굴에 나왔는지, 다이아의 시선에서 도망치듯 하나마루는 루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 갔다. 그 순간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이던 걸 발견한 다이아는 작게 혀를 찬다. 부디 사랑스런 동생은 언니를 넘지 말기를.

「저기, 다이아 선배」
「네?」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자, 책상에 엎드려 있었던 요시코가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뭐가 웃긴지 입가가 씨익 올라간 짓궂은 듯한 미소를 띄우고, 천천히 접근해온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든 다이아는 무심코 뒤로 뒤로 물러났지만, 그 모습을 본 요시코의 미소다 더욱 즐거워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각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요시코는 스마트 폰의 화면을 다이아에게 보여 준다. 화면에 비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다이아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럭저럭 잤다"는 건 다이아 선배랑 비교해서, 한 얘기니까. 잠자리는 굉장히 좋았어」

 화면에 나타난 건, 언제 찍혔는지 모를 기억에 없는 자신의 모습. 당연하게도, 다이아가 자고 있을 때 도촬한 것이다.

 사진에는 제대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포즈를 취하는 요시코와, 그 요시코에게 달라 붙어서 푹 잠든 다이아가 찍혀있다.

 찰싹 요시코에게 몸을 맡기고 잠든, 자신의 굉장히 기분 좋아 보이는 풀어진 표정을 본 다이아는 무심코 자기가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평생을 거울에서 봐 익숙해진 자신의 얼굴이 틀림 없다.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요시코의 지적대로, 사진을 찍히고도 전혀 일어날 기색없이, 이정도로 푹 자야 "잘 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다키마쿠라 취급이라고,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다이아는 사실, 모르는 사이에 충분한 대가를 받고 있었다.

 오히려 응석을 받아주며 연상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 게 사실은 잠자리로 정반대 상황이란 것이 밝혀지자, 참을수 없는 수치심으로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당황했다.

「지, 지워――」

 목소리를 높이고, 스마트 폰에 손을 뻗은 다이아의 입이 막힌다. 요시코의 손이 입가를 덮고, 말과 움직임을 억눌렀다. 놀란, 다이아가 움직임을 멈춘 일순간의 틈을 노려


 손바닥 너머로, 입술이 겹쳐졌다.


「싫어. 이렇게 잘 나왔는데 아깝잖아……또 같이 자자, "언니"」

 멍하니 있는 다이아에게 씨익 웃어주고는, 요시코는 발길을 돌려 거실에서 나갔다. 남겨진 다이아는 잠시 멍하니 서서, 그렇게 요시코가 남긴 말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일어나 있었잖아, 거짓말쟁이」

 혹시 잠에 취에 방에 들어온 것도 연기일지 모르지만, 진실을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이불 속에서 꽁꽁 싸매고 덜덜 떨었다는 사실밖에 나오지 않으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이상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왜 입맞춤 했는지도 묻지 않을 것이다. 뭐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마시다 만 컵이, 덩그러니 남겨진 채로 있다. 그것만으로 가슴이 뛰는 건, 이것도 함정인게 분명할 테니까

 

 

 

 

 

 

 


 탕, 하는 소리가 들리며 다이아는 제 정신이 들었고, 그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부엌의 그림자에 속에서 누군가 엿보고 있다. 아니, 누군지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뭘 하시는 건가요, 어머님」
「언제 돌아가면 좋을까 하고, 타이밍을 보고 있었지」

 언제고 자시고, 이미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떠올리며, 다이아는 소름 끼칠 정로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뭔가 봤나요?」
「……엄마는 아 무 것 도 못 봤 단 다」

 어머니의 국어책 읽기로, 다이아는 확신했다.

「봤군요? 본거죠!」
「걱정마 엄마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

 어머니는 엄지 손가락을 올리며 웃지만, 다이아는 현기증이 느껴진다. 뭘 착간한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입맞춤을 목격한 것이 틀림없다.

 이 후 다이아가 몇번이나 아니라고 부인해도 다 알고 있다며 미소를 짓고 끄덕이는 어머니에게 절연을 선언 했다고 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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