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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흥, 아직 멀었어 리틀데몬」
「아~! 분해에에에에!!」
 버둥버둥 발을 방바닥에 구르자 아래서 시끄러워! 라는 꾸짖음이 들려온다.
 아까전부터 요시코쨩이 가져온 게임을 갖고 계속 놀았는데, 전혀 이기질 못해 너무 분하다.
「뭐, 2번째 치고는 꽤 나쁘지 않게 하는 거 같은데?」
「므으, 다시 한 번 더!」
 진채로 끝낼소냐! 라고 생각한 순간 핸드폰에서 삐삐삐하고 소리가 울렸다.
「앗, 이제 곧 막차시간이다. 치카, 미안하지만 다음에」
「으, 응. 나중에……」
 그렇게 말하고 게임을 정리하기 시작한 요시코쨩을 지긋이 바라본다.
 살랑살랑 움직이는 긴 흑발, 때때로 보이는 하얀 목덜미가 괜스레 요염히 보인다.
 이렇게 보면 요시코쨩은 역시 가늘어. 걱정이 될 정도로
 소매가 남는 희고 가는 팔이 척척 움직인다.
「음, 챙길 건 다 챙겼고. 오늘은 고마웠어 치카」
 돌아보며 히죽 웃는 요시코의 미소.
 가만히 바라보던 나와 눈이 맞고 가만히 서로 마주보는 형태가 되었다.
 앗, 좋아해
「좋아해」
 문득 내뱉은 말은 무의식적이었다.
「……나도, 그, 좋아하는 걸? 치카를」
 수줍은 마음을 감추려는 듯 입가를 가리고 말하는 요시코쨩
 응, 역시 좋아해
「요시코쨩……」
 지그시 다가오는 나와 한걸음 물러서는 요시코쨩
 한발씩 나아갈 때마다 부끄러운건지 살짝 적셔지는 눈이 괜히 선정적이다.
「저기, 요시코쨩――」
 그 이후를 말하려는 순간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ー! 벌써 막차 5분전! 그럼 안녕 치카!」
 내가 움찔한 순간 요시코쨩은 가방에 게임을 챙기고 순식간에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실례했습니다ー! 라는 기운찬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나는 침대 위로 쓰러졌다.
「바보 타천사…… 헤타레 경단」
 핸드폰 대기화면에 비치는 요시코쨩과의 투샷에 불평한다.
 조금 정돈 적극적으로 해도 괜찮잖아, 같은 또래인 여자아이고
 그렇게 말을 해도 대기화면의 요시코쨩은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다.



「조금 정돈 적극적으로 해도 괜찮지 않아?」
 지금 조언을건넨 사람은 나의 친한 친구 리코쨩이었다.
 처음에는 미묘하게 우리가 사귀는 걸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샌가 들켜있었다. (리코쨩 왈 티가 확 났다고!)
 그 후로는 아예 터놓고 여러가지 상담을 해주게 되었다.
 오늘은 요시코쨩과 달달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적극적이라」
「응. 그게, 욧쨩은 약간 얼버무리는 부분이 있잖아?」
 그 타천사 같은 말로, 라며 덧붙였다.
 응, 그 요시코쨩 어는 아직도 뭔지 모르겠고
「그러니까 아예 치카쨩이 기다리기보다는 조금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어떨까해서」
「확실히! 하지만 요시코쨩이 질려하면 어쩌지」
 너무 달려들다 미움받는 건 싫으니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더니 리코쨩이 풋하니웃고 괜찮다고 말했다.
「왜냐면 요시코쨩도 하나마루쨩이나 루비쨩한테 상담한다고 들었거든」
 1학년이 시끌벅쩍 연애 상담을 하는 풍경을 떠올리니 약간 흐믓해졌다.
「요시코쨩이 헤타레야! 라고 하나마루쨩이 한탄했지만 굉장히 치카쨩을 생각한다고 말했어」
 아, 이건 욧쨩한테 비밀이야? 라며 날름 혀를 꺼냈다.
 아아, 뭔가 기쁘다. 요시코쨩이 그렇게나 생각해줬다니
 기쁘고 기뻐서 지금 바로 당장 요시코쨩을 만나고 싶어진다.
「후훗 치카쨩. 얼굴, 풀어졌다」
「에헷, 그래?」
「응, 엄청 행복해보이는 얼굴이야」
 기쁜듯이 바라보는 리코쨩에게 듣고서야 깨달았다.
 나, 역시 요시코쨩을 엄청 좋아하는구나 하고
「요우쨩은 뭐 듣거나 한 거 있어?」
 리코쨩이 요우쨩한테 묻자 굉장히 말하기 힘들어 보이는 얼굴을 했다
「앗, 혹시 내 뒷담같은 걸…… 문제있는 부분은 알려줬으면 하는데. 고치고싶어……」
「아니. 치카쨩의 뒷담이나 그런 건 아니야」
 오히려 그런 얘긴 한 번도 한적 없어, 라고 말해 일단은 안심.
 그럼 뭐 때문에 그런거지, 뒷얘기를 재촉해본다.
「그러니까」
 요시코쨩한테는 나한테 들었다고 하지마?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해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사실은……요시코쨩이 상담을 해왔어」
「무, 무슨?」
「그게……치카쨩이랑 어떻게하면 손을 잡을 수 있을까 하고!!」
「에?」
 너무 순수하잖아? 그치ー!라며 머리를 싸매는 요우쨩.
 리코쨩도 멍한 표정을 짓고있다.
「치카쨩이랑 사귀고나서 손을 잡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손을 잡을지 모르겠다고, 근데 그런 걸 물어도 나도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진……」
「욧쨩……」
 평범하게 잡으면 되잖아? 라고 말하니까 그게 안 되니까 고생하지! 라잖아 요우쨩은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요시코쨩이 말하길 자연스럽게 잡고싶지만 긴장하면 손에 땀이 신경쓰인다고」
「정말, 그런 거 걱정말고 계속 잡으면 될텐데. 그치, 치카쨩?」
「후에?」
 의식이 날라가 있었지만 리코쨩이 건들자 엉겁결에 정신이 돌아왔다.
「치카쨩 쪽에서 손을 잡은 적은 있지?」
「응. 돌아갈때나 둘만있을 때는 잡아! 앗 확실히 요시코쨩 쪽에서 잡은 적은 없을지도」
 그 후 둘은 역시, 라는 듯한 얼굴을 했다.
「뭐, 그런 부분에서 퓨어퓨어한 요시코쨩을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맡겨만 줘!」
 그렇게 요우쨩이 엄마같은 말을 던지자 셋이서 웃음이 터졌다.
 요시코쨩, 나를 위해 여러가지 힘을 냈구나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도 나를 위해서 시간을 써주는 게 기뻐서.
 뺨이 돌아오지 않을정도로 풀어진다.
「좋아! 오늘도 힘내는 거야!」
「응, 힘내. 그리고 가사도 말이지?」
「앗」
 응? 하고 웃는 표정 그대로인 리코쨩에겐 아직 전혀 진전이 없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저기? 내일 게임 안 할래?」
「좋아! 다음은 안 질거라구!」
「흐흥, 해보라고 리틀데몬」
 돌아가는 길,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연습이 끝난 후 집에서 놀기로 했다.
 방과후 연습이 끝나면 조금 시간을 보내 모두들보다 약간 늦게 돌아가곤 한다.
 딱히 다들 뭔가 물어보진 않지만 뭔가 낌새를 느낀 애들은 있다.
「저, 치카. 잠깐 어디 들렀다 안 갈래?」
 요시코쨩은 단둘이 있을 때 굉장히 달콤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모두와 있을 때보다 약간 더 순수하고 늘어진 웃음을 짓는다.
 그걸 보다보면 마음이 큥하고 울린다.
 앗, 좋아한다는 사인이 마음에 전해진다.
「응, 조금 이야기하다 갈까!」
 막차 시간이 아슬아슬할 때까지 버스 정류장에서 대화하는 그 순간이 좋아
「치, 치카」
「응?」
 그, 작게 읊조리며 긴장한 표정으로 요시코쨩의 오른손이 내 왼손에 겹쳤다.
 따뜻해. 내가 잡을 때보다 마음이 울린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요시코쨩의 손, 약간 수줍어하는 나의 손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손가락이 얽혀 서로 말은 필요 없었다.
 천천히 석양이 지는데도 이렇게 뜨겁다.
 잡은 손에서 온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저기, 치카」
「왜에 요시코쨩」
「그, 내일 기대되네」
「응」
 짧은 그 말에 몇 개나 되는 마음이 담겼을까
 막차를 타고 나서도 말은 나누지 않았지만 내가 내릴때까지 얽힌 손가락은 계속 떨어지지 않았다.

「좋았어 오늘이야말로 이길거야!」
「덤벼보라고 리틀데몬!」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언제나 이런 텐션이다.
 뭐 그런 분위기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게임을 시작하면 요시코쨩의 타천사 스위치가 들어가는 것처럼 놀이 모드가 된다.
 이렇게 되면 게임에 열중해 그런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는 나도 게임에 이기고 싶어서 게임에 과몰입하긴 하지만
「아 뭔가 나왔다」
「뭘 슬쩍 필살기를 쓰는거야!」
「막 연타했더니 우연히 나와버렸어」
「나와버렸어가 아니잖아! 이걸로 1승 1패네」
 설마 라스트 배틀까지 끌고오다니, 하고 평범하게 쇼크를 받은 요시코쨩
「요시코쨩. 이긴 쪽이 진쪽한테 뭐든 명령하는 건 어때?」
「뭐 이 타천사가 질리는 없으니까. 좋아!」
「앗, 시작한다」
「잠ㄲ, 비겁해!」
 이래저래 시작된 라스트 배틀
 리코쨩의 말을 문득 떠올려본다.
 좀 더 적극적으로, 라.
 혹시, 내가 이기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고, 그리고――

「이, 이겼다……」
「졌다아ー!」
 아슬아슬하게 지고 말았다.
 요시코쨩의 불운도 겹쳐서 코앞까지 왔는데.
「꽤, 꽤 하잖아 리틀데몬.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이다니」
「분해~!!」
 좀 더 연습해야지 하고 중얼중얼하는 요시코쨩
 므으, 나도 요우쨩네 집에서 연습이나 더 해둘까
 확실히 요우쨩도 같은 거 갖고 있던 거 같고
「요시코쨩은 뭘 원하시나요?」
「요하, 가 아니라. 글쎄. 뭘로 할까나」
 으음, 하고 고민하는 순간 삐삐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라, 벌써 그런 시간인가」
 막차 시간 10분전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우선 명령은 보류해둘게」
 게임을 치우는 요시코쨩의 분주한 뒷모습을 바라본다.
 살랑살랑 움직이는 긴 흑발, 때때로 보이는 하얀 목덜미가 괜스레 요염히 보인다.
 연습 직후여서 꾸미진 못했지만 기쁘다는 듯이 따라와줬던 그 얼굴이 떠오른다.
「저기, 요시코쨩」
「왜? 이제와서 명령은 역시 없던 걸로 그런 건 안돼. 그리고 요하」
 뒤돌아보는 그 순간 키스를 한다.
 ――좋아해
 좋아한다는 마음이 넘친다.
 어쩔수도 없어서, 말은 모자라지만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하앗! 치, 치카? 왜 그래?」
「요시코쨩」
 한걸음 나아가니 한걸음 물러선다.
 물기를 머금은 눈이 이쪽을 바라본다.
 싫다거나 그런 눈이 아니다. 그저 곤란해하는 눈이다.
「치카……이런 건 빠르달까……」
「이미 3개월은 기다렸어」
 요시코쨩의 무릎사이에 내 오른쪽 무릎을 끼웠다.
「저기, 요시코쨩?」
 삐삐삣하고 소리가 울린다. 막차 5분전 알람이다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잡으려고 하는 요시코쨩에게 다시 키스를 한다.
「……하앗. 저. 음……요시코쨩」
「으핫. 뭐야」
「오늘은 자고 갈거지?」
「왜 확정사항인데……읍」
 조금씩 키스를 계속해가자 얼굴이 점점 풀린다.
 풀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요시코쨩은 선정적이고 귀엽고 소악마스럽다.
「응, 괜찮지? 요시코쨩」
「하아……마마한테 물어보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려는 요시코쨩에게서 핸드폰을 뺐는다.
「뭐하는거야」
「지금은 아직 안돼」
 요시코쨩을 공주님 안기로 안고 침대까지 옮긴다.
「치카아」
 달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유난히 귀를 울린다.
 머리가 저려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막차는 없어, 요시코쨩」
「너 때문이잖아……」
 요시코쨩의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 찬다
 요시코쨩의 생각만으로 머리가 멍해진다.
「좋아해」
「나도」
 히죽 웃는 요시코쨩은 다시 한층 더 풀린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후에 일은 별로 기억이 나질 않고
 일어난 뒤에 일은 조금밖에 기억이 안 난다.
 일어나니 요시코쨩이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 잠든 눈꺼풀에 키스를 한 것
 요시코쨩이 일어난 후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비명을 지른 것
 다음엔 막차로 무조건 돌아갈 거라고 화를 낸 것
「가끔뿐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놀라는 나에게 키스를 하고 도망간 것

「그렇게 유혹하니까 안된다는 거야……」
 다시 유혹해야겠단 생각뿐이야
 내일, 리코쨩이랑 요우쨩한테 상담이나 해볼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다음에도 보내지 말자고 다짐하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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