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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곧, 신경 쓰이던 일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건, 1개월 전의 일이었다.


"다이아. 나, 당신을, 그, 그게...... 좋아,해. 사귀고 싶,습니다"


 안돼도 애초에. 그냥 부딪혀보자란 마음으로, 조금도 이뤄질 리가 없는 고백을 했다. 그러니까.


"무익한 사람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 대답을 들었을 때는, 무심코"...... 하? "라고 되물어 버렸다.


"에, 아, 에, 괘, 괜찮은 거야...... ? 뜻은 알고 있는 거지? "


"잘 알고 있습니다. 교제를 하자는 거잖아요? ...... 기쁘지, 않으신 건가요? "


"아, 그게, 기뻐, 굉장히 기뻐, 그러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


"네. 저야말로"


 그러그러해서, 다이아와 사귀게 되었고. 그래서, 그때부터 계속 의문이었다. 다이아가 왜, 나의 고백을 받아줬는지 와.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지 것인지에 대한.


"그런 건, 직접 물어보는 게 좋아유"


"루비도 그렇게 생각해. 언니, 의외로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이니까"


 점심시간. 점심을 먹으며 두 친구에게 상담 해보니, 그렇게 답했다. 그야, 쉽게 물을 수 있다면 물었겠지, 하지만.


"그런 거 물어보면, 귀찮은 여자 같지 않아? "


"사실, 귀찮아유"


"읏 "


 즈라마루, 조금은 사양하라고...... 그래도, 이렇게 본심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요시코쨩도, 언니가 간단하게 다른 사람하고 사귈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 정도, 알지? 역시, 물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 사귀고 있는 거잖아"


"그, 런 걸까...... 그리고 요하네야"


 상투적인 문구를 뱉으면서, 생각해본다. 확실히, 세상에는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말하지 않아도 안다, 라니 굉장히 사이가 좋은 게 아닌 이상 아주 어려운 일이고. 그 정도의 관계만큼, 나랑 다이아가 진행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물쭈물 고민하는 건, 나답지 않기도, 하고.


"...... 그래, 알았어. 물어보고 올게"


"간단하네유"


 즈라마루가 뭔가 말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상관없어.


"그건 그렇고, 다이아 선배랑은 어디까지 갔어유? "


"그거, 루비도 엄청 신경 쓰여! "


 쭈욱, 하고 얼굴을 들이대는 두 사람. 반짝반짝 눈에서 빛을 내며, 흥미진진, 한 얼굴로 바라본다.


"어디까지...... 라니, 아무것도 안했는데"


"아무것도 안 하다니 그럴리 없잖아? 손잡는 건? "


"안 했어"


"키스는? "


"안 했어"


"야한일은? "


"해, 했을리 없잖아! 플라토닉 한 교제라고! "


 하아아, 라며 세상이 망한 것 같이 큰 한숨을 쉬는 두 사람.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반응할 것 까진 없잖아.


"그거, 정말 사귀는 거에유? "


"혹시, 요시코쨩이 착각하고 있는게...... "


"그래서 모른다고 했잖아! 왜 나랑 사귀는 건지가! "


 나도 그런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이아가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지가, 모르겠으니까. 연인다운 무엇인가를, 하나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다녀와유"


"빨리 언니한테 물어보고 와"


"에, 지, 지금부터? "


 두 사람에게 꾹꾹 등을 밀리며, 교실에서 쫓겨나게 생긴 나. 마음의 준비를,이라고 말해도 안 들어주겠지. 근데, 그 순간.


"츠시마 양, 오늘 당번이지? 좀 도와주지 않을래? "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쉬운 듯, 안심한 듯. 뒤에 두 사람를 보자, 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나중에 기억해두라고.

 

 점심시간은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뭉개지고, 오후 수업을 마친 뒤, 방과 후. 나는 학생회실의 문 앞에 서있었다. 작은 창으로 안의 모습을 살피자,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녀가 보인다. 스읍, 후우,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며. 손등으로 똑똑하고,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그녀의 딱딱한 목소리.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문에 손을 대고 힘을 주니, 드르륵하고 문이 열렸다.


"어라, 요시코 씨 "


"요하네야"


"후훗, 죄송합니다. 별일이네요, 요시코 씨가 이곳에 오는 건. 무슨 일 있나요? "


"그러니까 요하네야...... 뭔가 도울만 한 게, 없을까 해서"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다,라고 거기서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갑작스레 말도 못하고, 그렇게 변명하고 만다. 이런 일이 생기면, 헤타레가 되는 자신이 밉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 서류를, 부탁할 수 있을까요? 도장을 찍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다이아의 정면, 맞은편에 앉아, 종이 다발을 받는다.


"괜찮아? 부외자인 내가 이런 거 해도"


"뭐, 사실은 안되지만요. 카난 씨나 치카 씨면 몰라도, 요시코 씨라면 괜찮다고 생각해서요"


"읏 "


 조금이라도 나를 신용 해준다는 것이 기뻐서, 얼굴이 붉어짐을 느낀다. 그 일을 들키지 않게, 나는 서류에 눈을 고정시킨다. 서류에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문장들이 늘어져 있었다, 이런 걸 매일매일 처리하다니, 나에겐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다이아에게 도장을 받고, 하나하나, 도장을 찍는다. 흰색 검은색이 나열돼있는 서류에, 붉은 글자만이 떠오른다. 말없이, 묵묵하게 계속 일을 하다, 문득 그녀를 보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데 라고 중얼거리며, 서류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학교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회장으로 써의 그녀의 모습에. 무심코, 흠뻑 빠져버렸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가 떠오른다. 그날은 입학식, 인사말 시간이었다. 옻칠을 한듯한, 반지르르한 검은 머리. 이에 상반되는 색이지만, 막상막하로 아름다운, 투명한 흰 피부. 나와 같은 째진 눈은, 반짝반짝하고 옥처럼 빛났고. 당당하게 단상에 서있는 그 모습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물건이나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사람을 보고, 마음속에서부터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 처음 있는 일이였으니까. 이렇게 예쁜 사람이 정말로 있었구나 하고, 강렬하게 새겨진 것을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미 첫눈에 반한 걸지도 모른다. 엮일 일 없다고 생각하던 그녀와, Aqours를 통해 엮이고. 마치 절대로 손에 닿지 않는 별이, 눈앞에 떨어진 것 같아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고백을 한 것이다. 고백이 성공하리라고는, 정말로 생각도 못 했다. 내 짝사랑으로, 거절당하는 게 당연하고,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로 놀랐다. 그녀가 사람을 사랑 한다면, 카난이나 마리, 혹은 양쪽 모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아랑, 카난, 마리. 어렸을 적부터, 계속 함께였던 그녀들. 분명 나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함께 봐오고, 많은 시간들을 보내며,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왔을 것이다. 누구 한 명이 빠지면, 가슴에 뻥하고 구멍이 나는 것 같은, 그런 관계. 실제로, 마리가 유학을 하고 있었을 때, 다이아랑 카난은 미묘한 분위기였다고 들었다. 그런, 개미 한 마리도 들어갈 틈이 없는 듯한, 강한 유대 관계로 묶여져 있는 그녀들.

 그래서 역시, 모르겠다. 촌뜨기인 날, 다이아가 사귀자고 한 이유를. 자라온 배경도, 나이도, 모든 것이 다르다. 공통점 같은 건, Aqours가 없었으면, 한 개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여동생인 루비와 친해진 계기 또한, Aqours의 덕분이고. 그런 옅은 관계뿐인 나의 고백을, 받아준 이유를.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 요시코 씨. 요시코 씨 "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핫, 하고 정신을 차린다.


"괜찮습니까?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것 같은데요"


"괘, 괜찮아!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니까! "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만 부끄러워져, 얼굴이 뜨거워 짐을 느끼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래서 눈치챌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가까이 오는 것을. 톡, 하고, 이마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났다. 시선을 올려 보니, 눈앞에, 눈을 감고 있는 다이아의 얼굴이 있었다. 다이아의 이마와, 내 이마가 붙어있는 것이라고, 깨닫기 까진 시간이 걸렸다.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머릿속이 끓는 것처럼 뜨거워 짐을 느꼈다. 이마에서 전해지는 그녀의 체온과. 코를 자극하는, 그녀의 냄새에. 가위에 눌린 듯이, 움직일 수 없었다. 몇 초 뿐이였겠지만, 그 순간엔 몇 십분,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잠시 후 그녀는, 내게서 이마를 떼고, 몸을 떨어뜨렸다.


"무, 무슨, 무슨 짓을 하는, 거야? "


 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귀까지 빨개져 있을 것을 스스로 알 정도로, 얼굴이 뜨겁다. 난 삶은 문어처럼 새빨갛게 되버렸다.


"아, 죄송합니다. 요시코 씨의 얼굴이 붉어 보여서. 루비한테 열을 재는 방법처럼 해버렸네요...... 아까보다 더 붉어지는데, 괜찮으신가요? "


 괜찮은지 아닌지를 묻는 거라면 전혀, 괜찮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행동의, 뭐가 뭔지 모르게 돼버려서. 루비, 즉, 가족에게나 하는 일을 할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 건가 하고, 그렇게 생각해버릴 정도로, 내 머리는 혼란스러워졌다.


"아, 그러니까, 그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처음 느낀 그녀의 체온과 처음 느낀 그녀의 향기는. 정말로 따뜻하고. 정말로 편했다. 나를 성모처럼, 감싸준 것만 같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자 나는 그만, 입이 먼저 움직여 버렸다.


"다이아는, 나를, 좋아해? 그래서 이런 거, 한 거야? "


 말해 버린 후에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떠올리고, 아차, 하고 생각했다. 원래, 다이아가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지에 대한 것을 듣고 싶어서 온 거니까, 목적은 달성했지만. 좀 더 좋은 말을 고르고 싶었다고 할까, 생각부터 정리하고 말하고 싶었다고 할까. 하나마루가 말한 것같이, 귀찮은 여자 같은 대사를 무심코, 말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이런 거, 무의식중에서도 하지 않습니다...... . 좋아해요, 요시코 씨를"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 옥색의 눈빛으로, 나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그녀는 그렇게, 말해줬다.

 기뻤다. 좋아하는 건 나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그녀 쪽에서, 좋아한다고 말해 준적이 없었어서. 무심코 눈물이, 쏟아졌다.


"앗, 왜 그러세요, 괜찮으신가요? "


"미안, 그게, 기뻐서, 그, 다이아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거, 처음, 이니까"


 기뻐.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듣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이라니.


"요시코 씨 "


 다이아가 나를 안아준다. 다시 한번 전해지는, 다이아의 따뜻함. 그 따뜻함은 매우, 나를 안심 시켜준다. 기분 좋은, 따뜻함.


"좋아해요, 요시코 씨 "

"읏 "


 다이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기뻐 날뛰는 심장이, 시끄럽다. 고동치는 소리는, 나를 사로잡아. 포로로 만든다.


"지금까지 말 못해서, 죄송합니다. 부끄러웠어요. 저는 줄곧, 당신을 동경하고 있었으니까요"


"거짓말. 나한테 그런, 동경할 만한 곳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당신은, 자신의 길을 걷고 있잖아요. 스스로 선택하고 걷고 있어요. 저는, 정해진 길밖에 걸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눈부십니다,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어도, 자신이 믿는 일을 하는 당신이. 그래서 기뻤다고요? 그런 당신이,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상상도 못했다. 다이아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러니까, 그만큼 몇 번이라도 말하겠습니다. 좋아해요, 요시코 씨. 어떤 불행을 겪더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는 부분도. 긍정적인 부분도. 자신만의 길을 가는 부분도.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게, 자신은 불행해도 된다는, 상냥한 부분도. 당신의 모든 것을, 사모하고 있습니다"


"그, 그만, 부끄러워"


"그만 안 둡니다. 좋아해요, 요시코 씨. 정말 좋아, 합니다"


 몸이 뜨겁다. 머리도, 마음도, 전부 뜨겁다. 다이아의 따뜻함에, 목소리에, 냄새에, 모든 것에, 녹아 버릴 것 같다. 넘치는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틀림 없이 다이아는, 카난이나 마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그런 걸 생각하셨나요? ...... 확실히, 그 두 사람은 저에게 있어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결코 잊는 일은 없을 거에요. 그렇지만"


 다이아가 나를 더 강하게, 안는다. 그 가냘픈 몸이, 나를 감싼다.


"그래서, 그 두 사람만큼, 아뇨, 그 이상으로, 아름답고, 선명하게,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요시코 씨, 당신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것. 좋아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사랑스럽다. 나는 울면서, 그 말을 입에 담았다.


"고마워, 다이아. 나도, 사랑해"


"저야말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요시코 씨 "


 포옹 한 채, 눈이 맞아. 어느 쪽이라고 할 것 없이, 키스를 나눈다. 앞으로 그녀와,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자. 우리들은, 처음 하는 것이 잔뜩이니까. 잔뜩 웃고, 잔뜩 울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처음을, 함께 경험하자.

 첫 키스는, 굉장히 따뜻하고, 상냥함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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