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7150299

 

 

방과후、Aqours의 연습을 가기 위해 혼자 부실을 향하던 나의 발걸음은、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원인을 나타내듯、하품이 새어 나온다。

꾀죄죄한 얼굴과 목소리。

그래도、지금 이 근처에는 아무도 없으니、세이프。

어젯밤、내일 등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그만 밤을 새 버렸다。

눈치 채보니 이미 날을 넘기다 못해、벌써 곧 있으면 아침해가 뜰 시간이었고。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이불 속에 들어갔지만、잠들 수는 없었다。

쉽게 말해、졸리다。

엄청나게、졸려。


「역시、이 연약한 그릇은…타천사로써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불충분하다는 거군」


한숨을 내쉬면서、다리는 한걸음씩 목적지로 향해간다。

평소에 나라면、이렇게까지 늦게 자진 않는다。

흑마법대전을 읽는다 해도、의식준비를 하고 있어도、졸음이 오면 어느새 정신을 놓아버린다。

그런데、어제는 시간도 잊고 그것에 몰두하고 말았다。


「…정말、안 어울리는 짓에도 정도가 있지」


어울리지 않게 열심히 읽던 것은、연애지침서。

주로、고백하기 위한 테크닉을 적어둔 것으로。


나、츠시마 요시코는 지금…사랑을 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그런 의미로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그 사람이 보여주는 태양과도 같은 미소는、타천사를 자칭하는 나에게는 너무 눈부시고。

가까이에선 싫어하는 귤향이 나긴 하지만 그건、그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나를 사로 잡는 향수로 변모한다。

평소엔 말투나 행동도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지만、가끔씩 보이는 어른스러운 표정。

아직 만난지는 얼마 안됐지만、그 사람이 내뿜는 매력에、완전히 포로가 되버려서。

날로 커지는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고、결국 움직이자고 마음을 먹었다。

내 마음을、그 사람에게 전하기로。

라곤 해도、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서 아직 연애경험이 전무한 나에겐、준비를 게을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거기다 정보 수집을 위해、서점의 추천이라고 적혀있던 책을 손에넣어、어제 자기전에 가볍게 읽어두자고 책을 펼친 결과가、이 모양。


「하지만、이걸로 완벽해。이제 이 요하네를 위협할 요소 따윈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후후후」


귀중한 수면 시간을 희생한 만큼、뇌내 시뮬레이션은 충분할 정도로 했다。

역시 서점에서 추천하는 만큼、그 내용들이 도움 될만한 것들이 잔뜩이었고。

다양한 상황에 맞는 용어들을 선택하고 익혀、그것들을 머리속에 입력했다。

남은 건、그 상대와 단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뭐、그게 제일 어려울 것 같지만」


그 사람과는、단 둘이 행동할 일이 거의 없다。

대개는 Aqours의 멤버와 함께고、얘기할 때도 대부분 다른 사람도 같이 있다。

어떻게 해야 그런 상황을 만들수 있을까…같은 생각을 하다보니、어느새 눈앞에는 부실의 문。

이곳에 들르기 전에 교무실에 들러 열쇠가 없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그대로 문 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그곳에 있던 것은。


「앗、요시코쨩! 수업 수고했어ー!」


눈부시게 빛나는、태양같은 미소。

혼자 의자에 앉아 나를 맞이 한건、타카미 치카。

한살 연상의 선배、같은 Aqours의 멤버이며 리더。

그리고…내가、좋아하는 사람。


「어、으응…그쪽이야 말로、수고。다른 애들은…?」


부실에는、나랑 치카 선배 둘 뿐。

우연하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에 동요하지만、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척 말을 받아쳤다。


「요우쨩이랑 리코쨩은 청소당번。루비쨩이랑 하나마루쨩은 없네…」


「두 사람은 선생님이 부르셔서。아마、무슨 부탁이라도 하시려는 게 아닐까」


3학년 조가 수업의 관계로 늦어진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지금 이곳에 우리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졌다。


「그렇구나…그럼、좀 더 기다려야 연습할 수 있겠네ー」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치카 선배를 힐끗 보고선、나는 그 건너편 자리에 앉는다。


「그렇게 늦을 것 같진 않아…뭐 그래도 빨리들 모일 것 같지도 않지만…」


평범하게 대화를 계속하지만、가슴속은 엄청까진 아니여도 잔잔하진 않다。

지금、부실에는 나랑 치카 선배 둘 뿐。

다른 부원도、한동안 올 기색이 없다。

지금 밖에、없어。

이런 절호의 찬스、언제 또 올지 몰라。

떨림과 긴장이、마음을 지배해 간다。

지、진정하는 거야 요하네。

이럴 때는 우선、냉정하게―――


「요시코쨩?」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크게 놀란다。

시선을 정면으로 옮기자、거기엔 뭔가를 걱정하는 듯한 치카 선배의 얼굴。


「헷…뭐、뭐야」


「아니、얘기하는 중에 갑자기 말이 없으니까…컨디션、나쁘거나 한거야?」


아무래도 나도 모르는 새에 대화를 끊은 것 같다。

사실 당신에게 고백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으、그러니까、저…괜찮아。그냥、어제 좀 늦게 자버려서…그것 때문이려나」


어떻게든 얼버무릴 말을 늘어 놓는다。

거짓말은 아니잖아。


「에、요시코쨩 어제 못잤어?」


「그렇네。그래도、하루정도라면 별거아냐」


그런 나를 보고 치카 선배는 눈을 감고선 팔짱을 끼고、뭔가를 골똘이 생각하듯 으음하고 소리를 낸다。

무슨 일인지 그 모습을 엿보고 있었더니、갑자기 치카 선배가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일어 섰다。


「맞아! 치카、좋은게 떠올랐어!」


왤까、안 좋은 예감이 들어。

지금까지 Aqours로써 활동하면서、그녀의 터무늬 없는 변덕에 휘둘려 길러진 감이、위험 신호를 내고있어。

그대로 이쪽으로 다가온 그녀는 의자를 끌어다가 다시 앉는다。

그곳은、내 옆자리로。

조금 책상에서 떨어져서 앉은 그녀는 이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싱긋 웃고선、자신의 무릎을 톡톡 손으로 두드린다。


「자、요시코쨩」


「…응?」


그녀의 의도를 이해 못 한다는 듯、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나를 보면서도 미소를 유지한채、다시 무릎을 두드리는 치카 선배。


「요시코쨩、졸린거지? 그러니까、치카에 무릎에서 편히 쉬는거야!」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얼음이된다。

몇초후、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 순간、얼굴에 열이 오르고。


「뭣、무무무…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런 무릎、무릎베개、라니…!」


「부끄러워 할 거 없어~。요새도 치카、시마 언니나 카난쨩한테 자주 해달라고 하는 걸。고등학생이 됐다해도、부끄러운게 아니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뻔했지만 어떻게든 참아냈다。

좋아하는 사람의 무릎을 베다니、상상만해도 머리가 끓는 것 같아。


「게다가、연습 전에 제대로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면 위험하다고? 아직 햇볕도 쌔고」


지당한 말씀에、할 말이 없다。

만약 정말 연습중에 쓰러졌다간、모두에게 폐를 끼치는 거고。


「다들 오기까진、아직 시간 있을 것 같고。모두들 오면 깨울 테니까、사양말고?」


평소의 보는 아이같은 웃음과는 다르다、상냥하게 감싸는 듯한 미소와、부드러운 말투。

그런 얼굴、그런 목소리로 권유하면。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에게、그런식으로 들어버리면。


「…알았、다고」


넘어갈 수밖에、없잖아。

분명 얼굴이 새빨갛게 됐을 터인 나를 보는 평소에도 밝디 밝은 얼굴이、더욱 빛을 낸다。


「응응、가끔은 치카에게도 응석 부렸음 하는 것이다~。그럼、이리와?」


거듭、촉구하듯이 무릎을 톡톡친다。

스커트 아래로 보이는 피부색。

낯익던 그것이、지금은 왠지 바라보기 어려워진다。


「…요시코쨩?」


잘시간 줄어든다고?라고 재촉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온다。

…이렇게 된거、될대로 되라지。

일어서서、몸을 누울 수 있게 의자를 정렬。

준비가 끝난 나는 늘어선 의자에 누워、그렇게。

그 무릎위에、천천히 머리를 올렸다。

부드러워。

이제까지 썼던 그 어떤 베개보다도 더、굉장히 매력적인 느낌으로。

게다가、그녀의 몸에서부터 풍겨오는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히고、뭔가 안심감마저 드는 것 같다 。


「어때、편해?」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에 울리고、몸의 힘이 빠진다。


「…응」


「에헤헤、다행이다」


기쁜듯이 웃으며、그 손이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무릎의 감촉과는 다른 부드러운 그것이 쓰다듬자、어린 시절의 엄마나 할머니가 같은 걸 해준 기억이 떠오른다。

자연스럽게、눈이 감겨진다。

어두워지는 세계에서 느껴지는、부드러움과 따스함、안심되는 냄새。


「잘자、요시코쨩」


그런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를 들으며、의식은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아 갔다。

 

 

 

 

「후훗…요시코쨩、벌써 자는구나」


치카의 무릎베개에 머리를 올리고 눈을 감으니、요시코쨩은 곧 편안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까 머리 쓰다듬을 때 느낌 좋았는데、괜히 만졌다가 깨면 안되니까 조용히 지켜보자。

평소엔 볼 수 없는、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자는얼굴。

Aqours의 리더로서도、선배로서도、평소엔 딱히 좋은 행동을 안 한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 치카라도、이렇게 멤버가…귀여운 후배가 의지해준다는게、기쁘다。


「음…」


뺨을 느슨하게 하면서 요시코쨩을 보고있더니、뭔가 그 입에서 말이 새어나왔다。

남의 잠꼬대를 멋대로 들어서 미안한 기분이 생기면서도、조금 즐겁기도 했다。

요시코쨩이니까、타천사에 대해 뭔가 말을 꺼내려나ー、같은 예상을 한다。


「…조、아」


귀에 걸린 말은、뜻밖의 말。


「…치카、선배」


갑자기、자신의 이름을 불려 깜짝 놀라버린다。

요시코쨩…자고、있지?

몸을 조금 뒤척이면서도 눈을 뜰 기미는 없다。


「치카 선배、좋아해…」


조각되어、흩어져있던 말들이 이어지고。


「치카 선배가、좋아…」


반복하듯、중얼거리는 말。


「…사랑、해」


그것을 끝으로、요시코쨩은 다시 조용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럼、오늘은 여기까지 하죠。여러분、수고했어요」


다이아 선배의 호령으로、오늘의 연습은 끝이난다。

멤버 각각이 서로 얘기하며 떠드는 와중에、나의 시선은 어떤 사람에게 향해있다。


「치카쨩、괜찮아? 뭔가 오늘、컨디션 나빠보였는데…」


「수업중에는 평소대로、였지…어디 다친거야?」


치카 선배를 걱정하며 말을 거는 사람은、요우 선배랑 리코 선배 두 사람。

그래、오늘의 치카 선배는 어딘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실수를 한다던가、신호나 지시를 보내도 건성으로 듣거나。

항상 연습 때는 누구보다 열심이고、최선을 다하는데、오늘은 마치 집중을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


「머、멀쩡해! 치카、다친대도 없고! 그냥、좀…」


말하기 힘들단 듯이 입을 다무는 치카 선배。

그 모습을 여기있는 8명 전원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치카 선배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순간 마주친 시선을、바로 돌려버린다。


「치、치카 잠깐、화장실 다녀올게! 다들 먼저 갈아입어!」


다급하게 그렇게 말하고는、그대로 옥상을 떠나갔다。

치카 선배가 떠나가자、남은 멤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왜 저러지、치카 답지않네、다친게 아니면 컨디션이 나쁘다거나?

각각 치카 선배의 걱정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나는…이렇다 할 원인이 떠오르지 않아서。

아까、시선을 피하던게 문득 떠오른다。

그때 치카 선배의 얼굴이…초조해보이던 표정이、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문득 조금 전에、리코 선배가 말했던 것이 떠오른다。

수업 중에는 평소대로였다、라고。

그 말은 즉、치카 선배에게 뭔가 일이 생겼다고 하면、방과후에서 연습이 시작하기 전까지 그 사이。

그때、그녀와 접촉 했던 건。


(설마、나…?)


부실에 와보니、치카 선배랑 단 둘이 되고。

긴장하며 있다가、왜인지 연습시간 전까지 무릎베개를 해주게 됐고。

그렇게 몇십분후 멤버 전원이 모이고、나느 일어나서 그대로 연습을 했다。

생각해보면、그때의 치카 선배도 어딘가 위화감이 있었다。

어깨를 흔들려、눈을 뜨니。

눈앞에있던 치카 선배의 얼굴은、어딘가 굳어 있었다。

눈도、연습 후에 그랬던 것처럼 피하고。

뭔가、저지른 건가。

엄청 잠버릇이 안 좋았나、아니면 잠꼬대로 뭔가 실례되는 말을 했다던가。

안 좋은 상상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돈다。


(…이대로는、둘 수 없어)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바로 사과하러 가야지。

뭣보다、마음이 있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고 가만히 있다니、견딜 수 없어。


「…나도、화장실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고는、나도 옥상을 뒤로 한다。

계단을 내려가고、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가장 가까운 화장실로 향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하자、마침 딱 찾고있던 사람이 나왔다。


「앗…요시코、쨩?」


나를 향한 그 얼굴은、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비쳐졌고。

지긋이 눈을 바라보니、역시 시선을 돌린다。

왠지 가슴이 아파오지만、신경끄고 입을 연다。


「…미안해。그、내가…잘못、한 거지。분명、자는 사이에…뭔가、해버린 거지…?」


「…읏」


내가 사과하자、놀라듯 숨을 다무는 치카 선배。

아아、역시…그렇구나。


「분명、잠버릇이 나빴다거나、잠꼬대로 뭔가 말했겠지…뭐라고 사과해야 할진、모르겠지만…」


「…읏、아니야!」


갑자기、치카 선배가 큰 소리를 쳐서、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엔、그 눈이 나를 똑똑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잘못한게…」


「요시코쨩은、아무 잘못없어。치카가、그…멋대로、이것저것 생각을 한 것뿐이니까、그러니까」


말하면서、그 얼굴은 고개를 숙인다。

도대체、무슨일 인거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들려줄래?」


「…그、저기…잠꼬대라는 건…틀린게 아닐、지도」


아무래도、아까 내가 자고있던게 원인、이라는 건 맞는것 같다。


「요시코쨩이 잠들고、조금 있다가…잠꼬대가、들렸거든。남의 잠꼬대를 엿듣는 건 나쁜 거란 건 알긴 하지만…」


거기서 일단、이야기를 멈추고。

심호흡을 하고、다시 입을연다。


「…치카를、불렀어」


「…에?」


설마。

그、말은。

 

「치카를…좋아한다고。사랑한다고…요시코쨩、말했어」

 

때가 올 때까지。

마음의 준비가、마음을 전할 준비가 되는、그때까지。

줄곧、마음속에 담아 둘 것이었던 그것은。

잠꼬대가 되어…하물며、그 마음을 전할 사람에게…새어나갔단 것이다。

그 사실을 눈치챈 순간、얼굴에 열이 오른다。


「엣、아니、그건…저기、그그으러니까…」


당황해서、제대로 말 조차 나오질 않는다。

고동이 가속하고、초조와 동요가 감정을 지배해 간다。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에、치카 선배가 다시 입을 연다。


「…그렇、지만。그런거、말도 안되지」


그 말에、나는 굳어 버렸다。

고개를 든 치카 선배는、어딘가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치카가…평범하고、무개성에、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그런 치카가、누군가에게 호의를 받는다니」


말도 안되지、라고 한번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왜 일까。

부글부글하고、솟아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읏、장난하지마!」


치카 선배에게 다가간 나는、그 양쪽 어깨를 잡고 고함을 쳤다。

크게 벌어진 붉은 보석같은 눈동자에、내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왜…그런、말을 하는 거야…나는、너를…좋아해! 사랑하고、있다고!」


격정에 맡기고、이제까지 가슴에 담아두던 것들을 그대로 토한다。

넘처 흐르는 감정은、멈출수 없었고。


「너의 미소가 좋아。너의 향기가 좋아。너의、모든게 좋아。그러니까、그렇게…말 하지마」


어깨를 잡은 손에、힘이 들어간다。

너무 강했는지、치카 선배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다。


「그런、자기비하같은…내、마음을、부정하는 것 같은…말 하지마」


말하면서、내 뺨이 젖어있는 것에 정신이 들었다。

나、울고있구나。

보기 흉한 모습、보여 버렸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니、눈앞에 치카 선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읏…우으읏…죄、송、합니다…」


치카 선배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며、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자신의 손으로 닦아낸다。


「미안、해…그리고、고마、워…」


오열 섞인 말을 듣고서、조금 떨어진다。

치카 선배가 울음을 그치고、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미안。갑자기、그…울어버려서」


「돼、됐어。애초에 따져보면、내、탓이고…」


일단 냉정해져서、지금까지의 상황을 돌이켜 본다。


「…뭔가、부끄럽…네」


뺨을 붉히며、그렇게 말하는 치카 선배。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열이 단번에 머리로 쏠렸다。


「읏…그、그래서。어、떤데」


아까 전까지와는 반대로、내가 그녀에게서 눈을 피하며 묻는다。

시야 구석에、고개를 갸웃거리는 치카 선배가 비친다。

그런 행동조차 귀여워 어쩔수 없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대답…들려 달라고」


꼴사나워 지긴 했지만、일단 마음은 전했다。

그러니、이젠 답을 기다릴 뿐。


「…」


몇초의 침묵。

시선을 그 눈으로 다시 돌린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치카 선배는 말을 꺼낸다。


「…정말、치카로 괜찮아?」


자신없는 목소리와 표정은、내가 모르는 일면。

눈동자을 떨면서、내 말을 기다리는 모습에、가슴을 움켜쥐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살짝 손을 감싸듯이 잡았다。


「…몇번이나、말하게 하지마。난、아무나 좋은게 아니라。너니까…너라서、좋은거야」


그렇게 단언하자 그녀의 눈동자는 또 흔들리지만、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석양의 빛을 반사하는 그 눈동자、붉게 물든 뺨에 미소 짓는 그 표정은、너무나 아름다웠다。


「…부족한 몸이지만。잘…부탁드립니다」


머리를 숙이며 꾸벅인사한다、그런 그녀의 모습에、그만 웃음이 터졌다。


「에엣、왜 웃는 거야ー!? 치카、성실하게 대답한건데!」


「아니、그게…부족한 몸、이라니…푸흡」


처음엔 불만이 있는 듯 볼을 부풀리고 있던 치카 선배도、점차 같이 웃게 되었다。


(…결국、지침서에서 공부한 건 전혀 쓰질 못했네)


웃으면서、그런 걸 생각했지만。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이렇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을 걸 생각하니。

그 책에、감사하도 좋을 것 같다。


「아하핫…저기、요시코쨩」


「후후훗…왜?」


오렌지 빛이 그녀를 감싸고、그녀는 웃는다。

그 미소는、노을빛에 못지않게 빛나고 있었다。

 

「치카도、요시코쨩을…엄ー청 좋아해!」

 

라고 말하며、달려들어 안겨왔다。

 

…이렇게 가까이서、이만한 빛을 받으면…천사의 날개도、타버릴지 모르겠네。

 

그런 걸 생각하며、품 안의 온기와 부드러움을 느끼고、다시 껴안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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