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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의 청소는 끝났나요?


――요리 준비는 어디까지 진행됐죠?


――아가씨께서 입으실 옷은!?



「……뭐랄까, 여기 정말로 누마즈 맞지?」


이만큼이나 사람이 있던가?

저택의 울려퍼지는 소음들 속에서,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정부 분들과, 그것을 지휘하는 다이아 선배 어머님의 모습이 보인다.

설날은 친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라, 그 준비로 시끌벅적한 것이다.

그리고, 다이아 선배와 루비는, 그 회합의 자리에서 입을 기모노를 갈아입고 있다.


――누마즈에서도, 유달리 고풍스런 가문인 쿠로사와 집안

그 연말연시의 광경은, 정말이지 상상 그대로였다.


그래, 오늘은 섣달그믐 날 밤.

나는, 쿠로사와 집안 본가에 실례하고 있다.


――


『자 그럼, 이걸로 끝이네』


펜을 놓고, 한 숨 돌린다.

나는, 내 방에서 겨울 방학 숙제를 하고 있었다.

아니지, 끝낸 참이었다.

겨울 방학에 들어가고 며칠, 학기 동안의 복습을 확인하기 위한 숙제 쯤이야, 이제와서 딱히 힘들 것도 없었다.

그럼, 겨울 방학은 어떻게 보낼까나

그다지 길지 않은 휴가는, 반대로 여유롭게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우선, 연말 방송 내용이라도 생각해둘까, 하고 고민하던 참에


내 방의 문이 똑똑하고, 딱딱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엄마?벌써 밥 먹을 시간인가

나는, 문 앞에 있을, 엄마에게 말을 건다.


『뭐야?열려있어』


문을 열며, 만면의 미소를 띤 엄마가 말했다.


『요시코, 너 섣달그믐이랑 설날에 한가하지?』

『하아?한가하지 않아!나는 전국의 리틀데몬에게 Aqours의 선전을 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그런 예정은 없다.

아니, 연말 방송 내용을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엄마의 말을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아니, 아예 없는 건 또 아니긴 하지

다이아 선배랑, 첫 참배에 가고 싶어……

아직, 초대는 안 했지만……

게다가, 생일이고.

그런 생각들에 휩싸여, 나는 엄마가 다음에 한 말을 듣지 못 했다.


『……쨩의 집에 다녀올래?』

『……에?』

『그러니까, 다이아쨩네 집에 다녀올 거냐고 묻는 거야. 아까, 쿠로사와 씨가 권유해줬어』

『아니……에……』


갑작스러워서, 혼란스러워.

즉, 그거……

쿠로사와 씨라는 건, 다이아 선배네 어머니가 직접, 이라는 건가.


『대답은 엄마가 해둘테니까, 준비해둬』

『에, 아, 잠……』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문이 닫힌다.

……정말이지, 뭐저렇게 멋대로지

하지만, 가야 할 이유는, 이 뺨의 느껴지는 열이 뭣보다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 엄마 히죽히죽 거리고 있었지……




――



섣달그믐 날, 막상 쿠로사와 집에 와 보니, 다 같이 해넘이 소바를 먹으며, 첫 참배를 하는 그런 정석대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연초 중요한 행사가 있다던가 뭐라던가

다이아 선배도, 저택에 왔을 때 문 앞에서야 만나고


『요시코 씨,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쪽이야 말로, 불러줘서 기뻐. 근데, 바쁜 거 같네』

『네. 쿠로사와 집안은 매년, 설날에 친척이 모인답니다. 섣달그믐엔, 그 준비를 하는 거죠』

『저기, 나, 와도 괜찮은 거야?』

『물론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신년 연회에도 함께해주세요』

『기쁘긴 하지만, 나는 외부 사람이잖아. 괜찮아?』


이런 건, 가족끼리 하는 게 항례일 터이다.


『……네. 부디.』


왜인지, 다이아 선배가 붉어진다.

어떻게 된 거지. 수줍어 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순간, 다이아 선배의 뒤에서 타닥타닥하고 발소리가 들렸다.


『요시코쨩!안녕!』

『루비, 안녕』


――루비 씨, 복도에서 달리지 말랬죠!


어머니라고 생각되는 목소리가 들린다.

루비는, 멋쩍다는 듯이 혀를 날름 내밀었다.


『루비, 슬슬인가요?』

『응. 준비됐대!』

『알겠습니다. 가도록하죠』


나를 두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준비의 이야긴가


『죄송합니다, 저랑 루비는 이제부터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해서. 느긋하게 얘기하는 것도, 내일 밤이나 될 것 같아요. 오늘은 방에서 느긋이 기다려주세요』


『알겠어』


――


그런저런 일로, 쿠로사와 집안에 온 나는, 응접실로 와 느긋하게 쉬고있다.

손님용으로 나온 차를 홀짝거리며


「……후우」


지금 쯤, 다이아 선배는 한 발 빠르게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을까

오늘, 나 올 필요 없었던게……

아니, 불러준 건 기쁘지만 말야, 뭐라고 할까

방해가 되는 게 아니려나

이 응접실도, 원래라면 무슨 준비용 창고 같은 걸로 쓰려던게 아니었을까

문득, 밖에서 동동거리는 소리가 들려 방의 미닫이문을 바라본다.


『요시코 씨』

『응?다이아 선배?』


확실하게, 다이아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들어오질 않는다.


『다이아 선배, 왜 그래?』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괜찮아. 애초에, 여기 다이아 선배네 집이고』


나무와 나무가 스치는 소리.

미닫이문이 열리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

「어떤, 가요?」


검정을 기조로 한 바탕에, 빨강과 흰색, 파란색 장미가 박힌 기모노

소매에서 살짝 보이는, 하얀 피부

검고 부드러운 머리는, 뒤쪽에 경단으로 정리한 채, 커다란 붉은 장미가 장식돼 있다.

엷게, 화장도 한 것 같았다.

그 아름다운에, 나도 모르게 숨이 멈췄다.

마치, 족자에 그려진 기모노 입은 전통 미인이 그대로 빠져나온 것만 같은

게다가, 


「저, 요시코 씨……?」


부끄러운 듯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애처로워

차림새와의 갭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


「예뻐, 다이아 선배」

「저, 정말요?」

「어, 미의 천사 조피엘 조차도, 지금의 다이아 선배에겐 미치지 못할거야」

「……감사합니다」

「근데 어떻게 된거야, 갑자기」

「실은, 그게……」

「응?」

「기모노 모습을 봐줬으면 해서, 오늘부터 와달라고 한 거예요……」

「아, 그랬었구나」

「죄송합니다, 겨우 이런 것 때문에 일부러 불러서」

「괜찮아, 그……나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내가 말했지만, 상당히 부끄럽다.


「네……」


뭐, 다이아 선배가 기뻐보이니까, 됐나……


「요시코 씨」

「왜?다이아 선배」

「봐주신 답례로……」


다이아 선배가, 방에 정좌한다.

나는, 그 의도를 바로 이해했다.


「설 준비는, 괜찮아?」

「조금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그럼, 조금 응석 좀 부릴게」

「네」


다이아 선배에게, 다가간다.

꽤나 오랜만이라, 걸을 때마다 심장 박동이 강해진다.

나는, 무릎에 머리를 올렸다.


「후후……오랜만이네요」

「쓰다듬어줘……」

「네……」


기모노 때문인지, 평소보다 다이아 선배의 감촉이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은 평소보다, 훨씬 가까운 기분이든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모여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 쿠로사와 집안 장녀, 다이아입니다――」


넓은 방에 긴 테이블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 신년 연회가 시작하려 하고 있다.

방을 채운, 정장이나 하카마 등을 입은 사람들

그 중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을 곁들인 전통복을 몸에 걸친 다이아 선배는, 한 층 다른 빛을 뿜고 있었다.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탓도 있어설까


「쿠로사와 집안은――」


의연한 모습으로 친족들에게 얼굴을 향한 모습에서는, 적당한 긴장이 느껴졌다.

그 반면, 약간 미소를 지은 얼굴에서는 여유가 넘쳐 보였다.

스쿨아이돌일 때와도, 학생회장일 때와도 다르다

이것이, 쿠로사와 집안 장녀의 얼굴, 이라는 걸까


「그럼――」


그건 그렇고, 이 방의 모습이 잘 보인다

왜냐고?

그건, 내가 묻고 싶어

나는 지금, 새해 인사를 하는 다이아 선배의, 

옆에 앉아 있거든

참고로, 반대쪽에는 루비가 앉아있다.


심지어, 나만, 사복.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아.

계속, 전통이 뭐가 어쩌고……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게다가……


「여기서,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나는, 다이아 선배를 흉내내서 앞을 바라본다.

의연하게.


「저와 루비와 함께 스쿨아이돌을 하고 있으신, 츠시마 요시코 씨입니다」

「츠, 츠시마 요시코입니다. 오늘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다이아 선배와 루비……양에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고개 숙이며 인사

마, 말씹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아아, 표정 굳지 않았으려나……

내 인사를 받고, 방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헤-, 저 아이가 소문의 요시코쨩인가


――귀엽네~


――나, 실은 시청자예요



몇 개인가, 신경쓰이는 발언이 들린 것 같지만, 못 들은 걸로 하자……


「요시코 씨는, 저의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다이아 선배의 말에 따라, 다시 한 번 인사를 한다

……어라?뭔가 말이 이상하지 않았어?보통은 친구나 그런……


「그러면 여러분, 앞에 잔을 들어주세요」


그런 나의 의문은 뒤로한 채 , 연회는 시작되어 버렸다.



――연회 동안, 다이아 선배와 루비는 계속 친척 분들의 상대를 해서, 만족스럽게 얘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도 묘하게 유명인이라, 끊임없이 여러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


「자네가 요시코쨩인가!젊은데 스쿨아이돌이라니 고생이 많아!내가 어렸을 적 아이돌보다, 요즘 애들이 더 귀엽구만」

「가, 감사합니다」


――


「츠시마 요시코 씨, 처음 뵙겠습니다. 소문은 익히……」

「아, 처음 뵙겠습니다!저, 소문이란 건 무슨……?」

「다이아 아가씨와 막상막하로, 재색겸비한 분이라는. 아가씨와 어울리는 분이 계시다니, 정말로 기쁘답니다」

「가, 감사합니다……?」


――


「츠시마 씨, 저 Aqours 중에서도, 츠시……요하네 씨의 열렬한 팬입니다!만나 뵙게 되어 기뻐요!」

「감ㅅ……큭큭크, 오늘 이 연회에 잠시 나타난 건 사탄에 의해 정해진 운명. 연회는 아무것도 신경쓸거 없이, 마음껏 즐기라고, 리틀데몬」

「요하네 님……!」


조금 정돈, 서비스해도 괜찮겠지

아무도 안 보는 사이에


「자, 준비는 됐겠지?」

「네!」

「「기랑」」


――


문득, 다이아 선배를 바라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귀를 기울여 보자


「다이아쨩도, 조금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네!생일 축하한다!」

「이모부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거 작년에도 들었어요」

「아니아니, 다이아쨩도 루비쨩도 매년 팍팍 성장하고 있다고!」

「저희, 이제 고등학생인데요?」

「그렇지, 훤칠해졌어!」


얘기를 하는 상대가 취해서인지, 대화가 통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요시코쨩이던가. 다이아쨩은 좋은 아이를 만났네」

「……네」

「소중히 대해줘야 한다!친하게!」


음, 친구를 소개해주는 대화치고는, 뭔가 분위기가 다른 듯한……

아니 그보다, 다이아 선배 왜 저렇게 수줍어하는 거야?





연회도 끝자락이 되어, 나랑 다이아 한 발 앞서 퇴실, 다이아 선배의 방으로 왔다.

청소는, 많은 가정부 분들이 전부 해준다고 했던가

우리 집에도 와줬으면 좋겠다.


「요시코 씨, 오늘은 어울려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아냐, 즐거웠어. 나야말로, 불러줘서 고마워. 그리고, 생일 축하해」


나는, 내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거, 선물이야. 늦어지긴 했지만」

「가, 감사합니다……!열어봐도 괜찮을까요?」

「응」


작은 상자에서 나온 건, 검은 깃털로 장식된 비녀


「예뻐……!」

「고, 고마워하라구」

「네, 정말 소중히 할게요. 지금, 써봐도?」

「괘, 괜찮아」


그 자리에서, 비녀를 쓴다.

역시, 자주 써 본 것 같은 익숙함이다.


「요시코 씨와, 함께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무, 무슨 부끄러운 소릴 하는 거야」

「정말이니까요. 마음이, 따스해졌어요」

「당연하잖아, 이 요하네의 가호를 받은 거니까」


비녀의 손을 대며, 정말 기뻐하고 있다.

눈앞에서 그러면, 쑥스럽잖아

얘기를 돌리자


「다이아 선배네 집은, 매년 이렇게 성대하게 하는 거야?」

「그렇네요. 대대로 이어온 전통이라고 들었습니다」


역시나,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

전통이라 하면, 그런 것과는 안 맞는 게 있었었지


「그러고 보니, 나, 정말로 사복으로 괜찮았던 거야?엄청 붕 떠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나 말고는 전부 깔끔한 정장이었으니까

기업 설명회에 정말 사복을 입고 가버린 사람이 이런 기분일까


「아아, 그건……저……」

「?왜 그래?」


그렇게나 말문이 막힐 얘기인가


「할머님이, 할아버님을 친족 분들에게 소개시켜 줬을 때의 모습이, 그……사복이었다고 해서」

「네?」

「할머님은, 꽤나 호쾌하신 편이신데…… 그래서, 그 영향을 강하게 이어 받으신 어머니도, 완전 똑같은 일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저도 똑같이 하려고, 그런……」

「헤, 헤에……」


다이아 선배네 어머님,  고풍스런 분위기를 뿜으며, 딸이 라이브에 참가하고 싶어하는 기질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건가……

……어라?


「에?그럼, 혹시……오늘, 나를 소개한 건, 그, 런……」


에, 잠깐……

그런, 갑자기……에?

급격한, 체온 상승이 느껴진다.


「아, 아뇨!저희는 아직 고등학생이고, 어머니도 더 가벼운 의미로, 그……」


……그렇구나, 다이아 선배의 모습이 이상했던 것도……

친척들의 말 뉘앙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그런 거였던 건가!!


「먼저 말 하라고!그러면, 나 좀 더 제대로 차려입고, 화장도!」

「그, 그러니까,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해주세요. 어머니도, 저에게 친한 사람이 생겨 기쁘게 생각하시고……」

「그렇다고 해도!」

「민폐, 였나요……?」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다이아 선배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닐까


「딱히, 민폐 같은 거 아니야……」

「정말이요?」

「타천사는 거짓말 하지 않아!그러니까, 올해도 잘 부탁해!……그, 이래저래」

「……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청초하게 고개를 숙인다.

비녀의 날개가, 흔들린다.

그 모습은, 마치 그, 결혼 피로연 같이……


「저, 정말 앞으론 그렇게 하지 마……푸흣」

「후후훗」


정말이지, 다이아 선배는 진짜 이래저래 심장에 나쁘다니까

어쨌든, 이렇게 우리의 한 해가,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한 것이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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