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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따듯하며 촉촉한.
뺨의 닿은 그 감촉과, 향긋하게 풍겨오는 귤이 섞인 향기는 몇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질 않아,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읏, 하아…」

부드러운 감촉이 떨어지자, 대신 뜨뜻한 한숨이 뺨을 어루만져 오며, 오싹한 감각이 등을 뻗어 지나간다.

「…요시코, 쨩…」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아까까지 나에게 닿아있던 사람
붉은 눈동자는 젖은채, 마치 보석처럼 신비한 빛을 내면서도, 그 안에는 요염하게 어른거리는 감정의 불길이 비쳐지고 있었다.
뺨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흥분 때문인지, 딸기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마치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둘 때와 같이 굶주림에 지배당할 것 같다

「…다음은, 이쪽 차례야」

눈앞의 애인…치카의 뺨에 왼손을 올려, 표적을 잡은 나는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서로의 숨결이 부딪칠만큼 거리를 줄이자, 못 버티겠단 듯이 치카는 눈을 질끈 감는다.
나는 그대로 눈을 뜬 채, 시선을 돌리지 않고, 표적을 향해 접근한다.
뺨에 올린 손은 그대로, 오른손으로 치카의 앞머리를 올리고
드러난 이마에, 키스를 한 번 맞춘다.

「……읏」

움찔 몸을 떠는 치카의 반응, 조금 땀이 있고, 그러면서도 살짝 열이 있는 듯한 이마를 만끽한 후, 느긋하게 입술을 떼어 낸다.

「…자, 다시 치카 차례야」

분명, 지금의 난 굉장히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겠지.
반면 치카는 새빨갛게 된 채로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있어, 그것이 더욱 내 안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요시코쨩, 즐거워 보이네…」

「후후, 그래? 아마 그건, 치카의 바람대로 『뜨거운』승부를 하고 있는 덕이려나?」

우으, 하고 신음하는 치카를 보며 더욱 입가가 올라간다
어째서 이런 일이, 라고 써있는 듯한 치카의 얼굴을 바라보고서, 몇 분 전의 사건을 떠올린다.

 

 

 

 


「그아앗! 못 이기겠어어어어…」

티비 화면에 GOAL 문자가 표시 된 것과, 치카가 게임 페드를 쥔 채 단말마를 외치며 쓰러진 것은 동시에 일어났다.

「우으…요시코쨩, 너무 강하잖아…」

「뭐, 뭔가 미안해…설마, 이정도 기계 성능차로도 내가 이길 줄은 생각도 못했어…」

「말 하지마! 쓸데없이 더 비참해지잖아!」

 

Aqours의 연습도 없는 방과후, 언제나 처럼 부모님의 퇴근이 늦어 집이 비어서, 애인인 치카를 초대했고 흔쾌히 승낙해, 함께 집에 온 것이지만

「승부하자, 요시코쨩!」

단 둘이 되자마자 한 첫 마디가 이것, 꽤나 당황한 난 왜 그러냐고 묻자,
아무래도 최근 읽고있는 만화에 영향을 받은 모양으로, 어쨌든 다른 사람과 뜨거운 승부가 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것 같다.

「사실은 연습 때 요우쨩이나 카난쨩이랑 승부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쉬는 날이라…지금, 나의 이 뜨겁게 타오르는 영혼을 진정시킬 수 있는 건, 요시코쨩 뿐이얏!」

등등 숨막힐 듯 뜨거운 이야기를 듣고서, 벌써 지쳐버릴 것 같았지만

「하아…알았어. 비디오  게임도 괜찮지?」

「…! 요, 요시코쨔앙…!」

반짝반짝 빨간 눈을 보석처럼 빛내는 치카를 보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애인과 집에서 단 둘
기대하고 있던 전개와는 솔직히 동떨어진 상황이지만, 애인의 필사적인 부탁을 거절 할 이유는 없다.

「오오, 이건 레이스 게임!? 좋네, 뜨거운 남자들의 승부라는 느낌!」

우리들은 여자들이지만, 이라는 틀에박힌 딴지는 넣어두고, 신속히 준비에 착수했다.

 

그런 느낌으로 기운차던 치카의 모습은, 이제와선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

카펫 위에 엎드린채, 완전히 의기소침해진 눈앞의 생물은, 정말 몇 분 전에 그녀와 같은 인물이 맞는 걸까
우선, 사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이는 하지 않았고, 더욱이 CPU의 간섭이나 랜덤성이 높은 특수효과가 많이 존재하는 레이싱 게임을 선택해,
어느 정도의 기본 동작을 치카에게 가르쳐준 뒤 경기를 시작했지만
몇 번을 해도, 치카가 내 앞을 달리는 일은 없었다.
마치 나의 불행이 번진 것처럼 방해가 치카에게로 쏟아지고, 반대로 나는 그 상황에서 딱 필요한 최적의 아이템을 먹었다,
솔직히 말해 승부가 되질 않았다.
어느 정도에서 치카를 이기게 하질 않으면 길어질 것 같지만, 그렇다고 대충하는 건 실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치카의 캐릭터와 머신 선택을 유도해, 단순한 성능으로 보자면 내가 최약, 치카가 최강의 조합이 되도록 설정하고, 이거라면 아무리 그래도,
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오늘 나와 치카 사이에 아주 큰 운의 차이는 메워지질 않았고
결국, 약 한시간 정도 이어진 승부는 치카의 전패로 끝나, 지금에 이른 것이다

「우으…어째서 이기질 못하는 거지…나, 이런 게임이랑 안 맞는 건가…」

풀이죽은 치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가슴이 아파온다
…이런 날에 한해서 이 타천사에게 행운이 찾아오다니, 이 얼마나 짓궂은 신인가
이래서야, 늘 언제나 마주하는 불행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치카의 미소를 되찾기 위해 뭘 할지, 생각해야
라고는 해도, 집에있는 다른 대전 게임들은 아마 경험 차이로 치카가 나에게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
그럼 트럼프나 인생 게임 같은 보드 게임을…그걸론, 아마 치카가 지금 요구하는 『뜨거운』승부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고
…망했다, 생각이 안 나

(…여기까지, 인 거야?)

나는, 단 한명 애인의 미소조차 되찾지 못하는 건가
그런 자기혐오에 빠질 뻔했던, 그 순간

「…아」

문득 눈에 들어온 건, 방 가장자리에 놓여있는 한 권의 잡지
분명, 루비가 추천해줘서 전에 산 녀석이다
유행하는 패션이나, 여고생이 좋아할만한 다양한 장르의 기사가 실려있는 와중에, 하나 인상에 남는 내용이 있던 것을 떠올린다.
그건, 연인끼리 하는 게임
나에게는 자극이 조금 강한 내용이여서, 기사를 읽자마자 빛의 속도로 잡지를 덮고 뜨거워진 얼굴을 철지난 부채로 파닥파닥하고 부채질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소릴 할 때가 아니야
이순간 최우선 되는 건 단 한가지, 치카의 미소를 되찾는 것 뿐
그렇다면, 내 눈곱만한 수치심 같은 건 저 누마즈의 바다에나 던져버리자고
그래, 이것은 치카를 위해

……결코, 사실 좀 신경쓰였던 그 기사의 내용을 실천해볼 좋은 기회가 왔다던가, 그런 게 아니니까

뜻을 결심한 나는, 치카의 옆으로 가서, 그 손을 부드럽게 잡아 굳게 쥐고있던 컨트롤러를 놓게 했다.

「치카, 기운내. 다음 승부를 시작하자」

「……! 으, 응! 다음은 무슨 게임!?」

공허했던 눈동자에서 다시 빛을 찾은 치카가 확, 하고 얼굴을 내밀어 온다
양손을 잡은 채 서로의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져,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그, 그렇네…우선, 비디오 게임은 일단 여기까지하자」

「그렇단건…아날로그 게임 같은 녀석?」

「라고 할까, 도구는 일절 필요 없어」

「헷……?」

얼빠진 목소리로, 멍한 표정을 짓는 치카를 그대로 두고, 설명을 계속한다

「키스, 하는 거야」

코앞에서 얼굴을 마주한 채, 시선으로 치카를 옥죄고는 말을 이어간다.

「한 사람이, 신체 어느 부분이라도 괜찮으니까, 키스를 해. 그러면, 다음 다른 사람이 똑같이 키스를 하고. 대신…」

「대, 대신…?」

긴장으로 표정이 굳어진 치카에게, 승패 조건을 말해준다.

「…입술, 이외에. 서로 키스를 하고, 먼저 입술에 키스를 하는 쪽이, 져. 그런 게임」

말을 끝낸 순간, 치카는 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이게 만화나 애니라면, 그야말로 퐁 하는 효과음이 들릴 기세로

「…어때? 부끄럽다면, 무리할 거는 없어」

뺨을 물들인 채, 시선이 정리되지 않는 치카를 보고 즐거워진다
이 느낌이라면 승부를 받아 줄 것 같진 않은 분위기니까, 치카의 등을 밀어…타천사가 기다리는, 나락의 바닥으로 향하는 말을 날린다.

「뭐, 치카가 그ーーーーーー렇게나 나와의 승부에서 도망가고 싶다면야, 어쩔 수 없네…」

치카는, 지길 싫어한다
분명,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승리에 집착하는 마음을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도, 도망 안 쳐! 할거야, 그 도발 받아 주겠어!」

너무나도 예상대로의 전개가 척척 진행되어, 입가가 올라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아」

분명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짓고있을 나를 보고, 치카는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달았는지, 그 표정이 얼어붙는다.

「그럼……치카가, 선공이야」

즐겁고 즐거운, 게임 시작의 종소리가, 드높이 울려 퍼졌다.

 

 

 

 


「읏……」

답례라도 하듯이, 치카도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가 하지고 해놓고 좀 그렇지만, 평소엔 잘 안하는 곳에 하는 잔뜩 키스하는 건, 꽤 부끄럽구나
하지만, 그렇기에, 불타는 것도 있긴 하지

「그럼……눈, 감아 줄래?」

그렇게 말한, 순간 치카의 표정이 느슨해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직후, 다시 긴장을 머금고는 눈을 감는다.
분명,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이 게임에서, 해방될 거라고
하지만, 미안?
나는, 치카가 생각하는 것보다…욕심많고, 심술쟁이에, 악취미 적이라
살짝 얼굴을 가까이 대고, 키스를 한 곳은

「……읏!」

굳게 닫혀있는, 그 눈꺼풀
터치 정도의 입맞춤을 끝내자, 노크 받은 문처럼 그 눈이 열렸다.

「요, 요시코쨩……!」

눈물이 넘쳐흐르진 않았지만, 반쯤 울 것 같은 듯 화내는 얼굴의 치카는, 굉장히 끌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라, 왜 그래? 말해 두겠지만, 나는 질 생각, 없으니까」

이젠 더 이상 참을 생각도 없는 미소를 지으며, 도발하듯 적셔진 붉은 눈동자를 다시 바라본다.
분명, 이제 치카는 한계다.
지금, 그녀에겐 두 가지 소망이 있을 것이다.
우선, 이 승부에서 해방을
그리고, 두 번째는 분명 나와 똑같은

빨리, 저 입술을, 갖고 싶다는 것

첫 번째 키스에서 이미 치카의 시선이 힐끗힐끗 내 입술을 향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나도 슬슬 참는 건 한계다.
이 승부도, 결국은 단순한 핑계일 뿐이다.
그저, 치카에게 닿고 싶다는
그러기 위한, 끼워맞추기에 불과했다.
뭣보다, 이유 같은 거 없이 치카에게 닿고 싶기도 하고, 실제로 닿고 있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눈을 닫는다.
짓궂은 건, 이쯤으로 해두자

「자, 치카의 차례야」

이제, 괜찮아.
그런 의미를 담은 채, 눈동자를 가리고는 기다린다.

「…………」

거친 숨결이, 서서히 다가오고선
다시 한 번, 서로의 한숨이 섞여

「……으」

살짝, 닿은 부드러움
하지만, 그건 내가 예상했던…바라고 있던 것이 아닌

「…치카?」

입을 맞춘 부분…콧잔등을 매만지며, 눈을 뜨고는 치카의 얼굴을 본다.

「나도……지기, 싫은 걸」

불이 날 것 같이 빨갛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 눈동자에는 어디까지나 강렬한, 뜨거운 불꽃이 알른거리고 있었다.

「……그래」

아무래도, 나는 아직 완전히 치카를 이해 못 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지길싫어 하는 게 아니라
한 번 불이 붙으면……부추기고 부추길수록, 그 불꽃은 뜨거워져, 강하게 타오른다.
분명, 치카는 그런 사람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정해져있다.

「그럼, 끝까지……철저하게, 싸워볼까?」

당신도, 나도, 몇번이나, 닿아가며
승패가 결정될 그때까지

 

그야, 승부란 건……그런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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